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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가 만든 K-푸드 시장 2부

Aug 6
4 min read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 H마트


많은 사람들은 한국 식품기업에게 "왜 H마트만 바라보느냐", "Whole Foods나 Costco에 바로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미국 식품 유통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특히 Whole Foods 같은 미국 메인스트림 유통망은 단순히 제품이 좋다고 입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입점 이후에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이 요구되며, 브로커 수수료, 유통사 마진, 할인 행사, 시식 행사, 광고, 물류 비용 등 상당한 초기 투자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작은 식품기업에게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알리는 비용이 더 크게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Whole Foods는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드는 곳"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많은 식품기업은 첫해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다른 유통사와 바이어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투자로 받아들인다.

온라인 시장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아마존을 대안으로 생각하지만, 광고비와 물류비(FBA), 리뷰 확보, 가격 경쟁까지 감안하면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다시 H마트가 된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인 H마트를 찾게 된다. H마트는 이미 한국 식품을 이해하는 소비자가 있고, 한국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바이어가 있으며, 오랜 기간 구축된 유통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K-푸드 시장이 H마트를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이는 H마트가 시장을 독점해서가 아니라, 다른 유통 채널에 진입하기 위한 비용과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장 집중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필자는 현재의 미국 K-푸드 시장을 '시장 집중(Market Concentration)'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다. 일부에서는 H마트의 영향력을 두고 '독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늘날 H마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시장을 강제로 장악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식품을 미국에 소개하고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며 가장 신뢰받는 플랫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한국 식품기업들이 H마트를 선택한 이유 역시 강요가 아니라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통망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택이 반복되면서 미국 K-푸드 시장은 자연스럽게 H마트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시장은 하나의 유통망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갖게 되었다.


문제는 H마트의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집중이 한국 식품기업들의 목표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래 목표는 '미국 시장 진출'이어야 한다. 미국의 다양한 소비자를 만나고, 메인스트림 유통망으로 진출하며, 미국 식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 시장 자체보다 'H마트 입점'을 첫 번째 목표로 삼는다. H마트 입점이 곧 미국 진출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전체에서 경쟁하기보다 하나의 유통망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같은 진열대에서 같은 한국 기업끼리 경쟁하고, 한정된 판촉 기회를 놓고 경쟁하며, 제한된 소비자층 안에서 경쟁하는 일이 반복된다.




 


왜 H마트를 따라 하기 어려운가

많은 사람들은 H마트를 단순히 '마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H마트가 지난 40여 년 동안 만든 것은 매장이 아니라 하나의 유통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미국에서는 누군가가 그 제품을 책임지고 수입해야 한다. FDA 등 미국 식품 규정을 검토하고, 통관을 처리하고, 냉장·냉동 물류를 운영하며, 창고를 관리하고, 각 매장으로 배송해야 한다. 여기에 바이어와 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며,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직접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일이다. H마트는 지난 40여 년 동안 바로 그 역할을 해왔다. 단순히 한국 식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한국 식품이 미국 시장에 정착할 수 있는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운영해 온 것이다. 오늘날 H마트의 경쟁력은 매장 숫자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물류 시스템과 바이어 네트워크, 현지 운영 경험, 그리고 소비자의 신뢰에서 나온다. 그래서 H마트를 따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정부도 새로운 길을 만들려 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민간만의 것은 아니었다.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미국 뉴저지의 Garden State Plaza에 K-HIT PLAZA를 개설했다. 당시 160여 개 중소기업의 370여 개 제품이 입점하며,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하고 새로운 유통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당시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H마트 외에도 한국 중소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모델은 미국 시장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이 경험은 미국 식품 유통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매장을 만드는 것과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이다. 유통은 단순히 제품을 진열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물류와 재고 관리, 현지 운영 경험, 바이어와의 네트워크, 소비자의 신뢰, 지속적인 마케팅과 브랜드 육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유통 플랫폼이 만들어진다.



H마트와 함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시간

H마트는 한국 식품이 미국 시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 식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해지고, K-푸드라는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H마트가 쌓아온 노력과 경험은 오늘날 K-푸드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할수록 새로운 과제도 함께 나타난다.


앞으로 K-푸드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유통망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보다 다양한 유통 경로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미국 메인스트림 유통망, 레스토랑과 푸드서비스 시장, 온라인 플랫폼, 지역 유통사 등 더 많은 연결 통로가 만들어질 때 한국 식품은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중소 식품기업들도 미국 시장에 도전할 기회를 넓힐 수 있고, 미국 소비자 역시 지금보다 더 다양한 한국 식품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H마트는 앞으로도 한국 식품 산업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구축해 온 유통 시스템과 소비자의 신뢰는 누구도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우수한 식품기업들이 H마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과 레스토랑, 푸드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등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K-푸드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길이며, 더 많은 한국의 중소 식품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생태계라고 믿는다.

 

글 김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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