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의 진정한 승리자 '치킨윙'

슈퍼볼과 함께 먹는 미국의 국민 음식, 치킨 윙
매년 2월 슈퍼볼(Super Bowl)이 열리는 날이면 미국 전역에서는 엄청난 양의 음식이 소비된다. 피자, 나초, 과카몰리 등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슈퍼볼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치킨 윙(Chicken Wings)이다. 스포츠바는 물론이고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맥주와 함께 치킨 윙을 주문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닭고기를 먹을 때 닭다리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미국에서는 유독 닭날개의 인기가 높다. 닭날개는 크게 두 부위로 나뉜다. 닭다리처럼 생기고 하나의 굵은 뼈가 들어 있는 드러멧(Drumette)과 두 개의 가느다란 뼈 사이에 살이 붙어 있는 플랫(Flat 또는 Wingette)이다. 드러멧은 먹기 편하고 살이 많은 것이 장점이고, 플랫은 껍질과 살의 비율이 좋아 특유의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팬이 많다.
미국에서 치킨 윙은 단순한 닭고기 부위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외식 메뉴가 되었다. 스포츠 경기와 맥주, 치킨 윙의 조합은 미국의 대표적인 외식 문화 중 하나이며, 슈퍼볼은 이러한 미국의 '윙 문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버려지던 닭날개가 미국의 대표 메뉴가 되다
오늘날에는 닭날개가 인기 부위지만 과거 미국에서는 지금과 대접이 상당히 달랐다. 닭 한 마리를 조리할 때 가슴살이나 다리 등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로 취급됐고, 주로 육수 등에 활용됐다. 그런 닭날개의 운명을 바꾼 음식이 바로 버팔로 윙(Buffalo Wings)이다.
버팔로 윙의 탄생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뉴욕주 버팔로의 Anchor Bar다. 1964년 테레사 벨리시모(Teressa Bellissimo)가 닭날개를 튀긴 뒤 매콤하고 새콤한 소스를 버무려 손님들에게 내놓은 것이 버팔로 윙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버팔로 지역의 명물이 된 이 음식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전통적인 버팔로 소스의 핵심은 카이엔 페퍼 계열의 핫소스와 버터다. 식초의 강한 산미와 고추의 매운맛, 버터의 풍미가 합쳐져 한국식 양념치킨과는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블루치즈 드레싱을 찍어 먹고 생 샐러리와 당근을 곁들이는 것이 전형적인 방식이다. 한국 치킨에 치킨무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 미국에서는 버팔로 윙과 블루치즈, 샐러리가 하나의 세트처럼 자리 잡았다.

버팔로에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퍼진 '윙 문화'
버팔로 지역 음식이었던 버팔로 윙은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스포츠바와 레스토랑들이 윙을 메뉴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 치킨 전문점뿐 아니라 피자 체인까지 적극적으로 치킨 윙을 판매하면서 미국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스포츠와의 결합이 치킨 윙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손으로 하나씩 집어 먹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나눠 먹기 편하며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핫, 마일드, BBQ, 갈릭, 레몬페퍼 등 다양한 소스를 선택할 수 있어 미국인이 좋아하는 '소스 선택형 음식'으로 발전하기에도 좋은 메뉴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치킨 윙은 단순히 닭날개 튀김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포츠바에서 친구들과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테이블 가운데 놓인 윙을 하나씩 집어 먹는 경험까지 포함한 하나의 음식 문화에 가깝다. 미국을 방문한다면 햄버거나 스테이크뿐 아니라 갓 튀겨낸 치킨 윙에 버팔로 소스를 듬뿍 묻혀 블루치즈에 찍어 먹어보는 것도 좋다. 미국인이 왜 그토록 닭날개에 열광하는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접시이기 때문이다.
글/ 김한송(Hans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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