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한국 김’ 폐기 사건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

K-Food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라면과 김, 냉동식품을 비롯한 한국 식품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김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식품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좋은 뉴스만 많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판매량과 유통지역이 늘어나는 만큼 해외 식품안전기관의 검사와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 스웨덴에서 발생한 한국산 김의 노로바이러스 검출 사건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2026년 4월 스웨덴 레룸(Lerum) 지역의 초밥집 두 곳을 이용한 사람들 사이에서 대규모 위장관 질환이 발생했다. 레룸시는 4월 30일 기준 300건이 넘는 의심 신고를 접수했고, 증상의 원인이 노로바이러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감염원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식당들은 4월 21일부터 문을 닫았고, 지방정부는 스웨덴 식품청(Livsmedelsverket), Västra Götaland 감염관리 당국과 함께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미개봉 한국산 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상황은 5월 8일 달라졌다. 레룸시가 식당에 남아 있던 미개봉 식품을 추가 검사한 결과, 초밥에 사용되던 미개봉 nori, 즉 김에서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것과 같은 유형의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레룸시는 공식 발표에서 이를 공개하고 동일 제품을 구매한 다른 사업자와 감독기관에 경보를 발령했다. 목적은 같은 제품으로 인해 스웨덴뿐 아니라 다른 EU 국가에서 추가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당시 스웨덴 공영방송 SVT 역시 김을 사건의 원인으로 상당히 직접적으로 보도했다.
해당 제품은 한국산 구운 김이었다. EU의 식품·사료 신속경보시스템인 RASFF에는 이 사건이 2026.4123으로 등록됐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RASFF 정보에 따르면 제품은 nori (roasted seaweed), 위해요인은 Norovirus, 통보 근거는 식중독, 원산국은 South Korea, 조치는 ‘폐기(스웨덴)’로 기록돼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동일 제품 약 2만2천 봉지가 스웨덴의 수백 개 업소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적어도 미개봉 한국산 구운 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고, 그 제품이 EU 식품안전 경보시스템에 등록되어 폐기된 것 자체는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김에서 검출’과 ‘김이 감염원’은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과 “그 김 때문에 300명 이상이 감염됐다”는 결론은 같은 말이 아니다. 사건 한 달 뒤 스웨덴 식품청의 위험평가는 좀 더 신중해졌다. 미개봉 동일 배치 제품 세 개의 부분시료 가운데 하나에서 Norovirus genogroup II가 검출된 것은 맞지만, 검사법은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검출할 뿐 그 바이러스가 당시에도 사람을 감염시킬 능력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해당 제품이 질병 발생 약 10개월 전에 제조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스웨덴 식품청은 김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당시 알려진 노로바이러스의 생존 특성을 고려하면 다른 감염원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따라서 “한국 김 때문에 300명 이상이 식중독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현재 확인된 증거보다 앞서 나간 표현이다.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왜 2만2천 봉지를 폐기했을까?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왜 스웨덴은 제품을 폐기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유럽의 식품안전 시스템을 볼 필요가 있다. EU에는 RASFF(Rapid Alert System for Food and Feed)라는 식품·사료 신속경보시스템이 있다. 한 회원국에서 공중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품 위해요인이 발견되면 회원국과 유럽위원회가 정보를 즉시 공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 시스템이 위험 식품에 대해 시장 회수 등의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질병과 특정 식품 사이의 모든 역학적 인과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이미 유통된 동일 배치 제품의 판매를 계속 허용할 것인가는 서로 다른 판단이다.
유럽이 한국산 제품에만 유독 엄격했던 것일까?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2만2천 봉지라는 숫자가 상당히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이 한국산 제품에 유독 강한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기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식품, 특히 굴과 해산물에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산 김 사건이 RASFF에 등록된 바로 같은 날인 2026년 5월 11일, 프랑스산 굴에서도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RASFF에 등록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프랑스에서 생산된 굴이 이탈리아 시장에 유통됐고, 이탈리아 당국이 시장 공식검사 과정에서 노로바이러스를 발견해 EU에 통보한 것이다. 사건번호는 2026.4110으로, 한국산 김 사건 2026.4123과 같은 날 처리됐다.
RASFF에서는 식품을 생산한 원산국과 위해요소를 발견해 통보하는 국가가 서로 다를 수 있다. EU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가 수입·유통된 식품에서 위해요인을 발견하면 그 정보를 RASFF를 통해 다른 회원국과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한 번뿐이 아니다. 같은 해 2월 20일에는 프랑스산 냉장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벨기에가 RASFF에 통보했고, 같은 날 아일랜드산 굴에서도 노로바이러스 가능성이 제기돼 프랑스가 통보했다. 과거 프랑스 공중보건당국의 조사에서도 여러 생산지역의 굴 섭취와 관련된 집단 식중독으로 164명의 환자가 집계됐으며 환자와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확인된 사례가 있다. 즉 굴에서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 문제는 한국산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김의 문제는 노로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김 역시 노로바이러스만 볼 문제는 아니다. EU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조류의 성분을 주시해왔다. 유럽위원회는 2018년 회원국에 해조류와 해조류 제품의 비소(arsenic), 카드뮴(cadmium), 요오드(iodine), 납(lead), 수은(mercury) 함량을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Nori/Purple laver(Porphyra·Pyropia)도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다. 이는 한국을 대상으로 만든 제도가 아니라 유럽에서 해조류 소비가 늘면서 해조류 자체의 위해요인과 섭취량을 파악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한국 김도 이미 이 시스템에 걸린 사례가 있다. 2024년에는 네덜란드를 경유해 독일에 들어간 한국산 구운 김이 높은 요오드 함량 문제로 RASFF 경고 2024.9275에 등록됐고 독일에서 시장 철수됐다. 따라서 이번 스웨덴 노로바이러스 사건만을 별개의 특수한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앞으로 한국 김이 유럽 시장에서 미생물뿐 아니라 요오드와 중금속 등 훨씬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산 굴과 김은 왜 상대적으로 조용할까?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일본과의 비교가 나온다. 일본 역시 세계적인 해조류와 수산물 생산국이지만 최근 미국 FDA 자료에서 한국산 굴처럼 일본산 굴이 반복적인 노로바이러스 경고 대상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만으로 “일본산 굴이나 김이 한국산보다 안전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FDA의 일본 국가별 Import Alert를 보면 일본산 수산물 역시 부패·히스타민, Listeria monocytogenes, Seafood HACCP 규정 미준수, 양식 수산물의 미승인 약물 등 여러 사유로 수입 억류 대상이 존재한다. 문제의 종류가 다를 뿐 일본 수산식품도 미국의 식품안전 규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국가별 안전성을 비교하려면 단순히 경고 건수만 세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일본보다 미국이나 유럽에 훨씬 많은 김을 수출한다면 검사와 소비 노출이 증가하고 사고가 발견될 기회 역시 많아질 수 있다. 굴도 마찬가지다. 생굴인지 냉동 반각굴인지, 수출량이 얼마인지, 몇 개 업체가 수출하는지, 검사 횟수가 몇 번인지라는 ‘분모’ 없이 사고 건수만 비교하면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유럽이나 미국이 한국산 김과 굴을 특별히 차별적으로 검사하거나 제재한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미국산·캐나다산 굴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에서 굴과 같은 패류의 노로바이러스 문제는 새로운 일도 아니다. 패류는 바닷물을 여과하며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오염된 해역에 바이러스가 존재할 경우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그래서 노로바이러스는 특정 국가의 굴에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2025년 미국 FDA는 루이지애나 Harvest Area 3에서 생산된 굴과 관련된 노로바이러스 집단발병으로 대규모 리콜과 폐기를 권고했다. 해당 굴은 루이지애나뿐 아니라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텍사스 등 여러 주로 유통됐다. FDA는 식당과 소매점에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말고 폐기하도록 권고했다. 미국산 굴의 노로바이러스 사고는 이것이 처음도 아니다. 2022년에는 텍사스 Galveston Bay의 Harvest Area TX 1에서 수확된 굴을 먹은 사람들의 질병 신고가 이어지면서 텍사스 당국이 해당 기간 생산된 굴 전체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FDA 역시 소비자에게 먹지 말 것을 권고하고 식당과 소매점에는 판매하지 말고 폐기하도록 했다. 즉 미국산 굴에서도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미국 역시 특정 생산지역과 수확기간 전체를 대상으로 강한 유통차단 조치를 취한다.
캐나다산 굴 역시 예외가 아니다. FDA의 최근 패류 안전 경고 목록에는 British Columbia산 굴의 노로바이러스 경고가 올라와 있으며 미국 Washington State산 굴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FDA의 공식 안전경보 목록만 보더라도 2024년 12월 British Columbia산 굴, 2025년 1월 Washington State산 굴, 2025년 2월 Louisiana산 굴, 그리고 같은 해 한국산 굴이 연이어 노로바이러스 관련 경고 대상이 됐다. 결국 노로바이러스와 패류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식품안전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심할 상황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산 굴의 최근 미국 FDA 기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24년 FDA는 경남 통영 JBR에서 가공한 냉동 반각굴에 대해 노로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경고했고, 리콜 범위는 2023년 11월 26일부터 2024년 2월 14일까지 수확된 제품으로 확대됐다. 해당 제품은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애리조나, 콜로라도, 네바다, 뉴저지, 유타 등의 식당과 소매업체로 유통됐다. 2025년에도 한국산 굴 문제는 이어졌다. FDA는 통영 JBR에서 가공한 한국산 냉동 반각굴과 IQF 굴에 대해 추가 노로바이러스 경고를 냈고, 결국 대상 수확기간이 2024년 12월 30일부터 2025년 8월 7일까지로 확대됐다. FDA 자료에는 Utah에서 특정 한국산 굴을 섭취한 것과 관련된 노로바이러스 질환 발생도 기록돼 있다. 즉 한국산 굴의 최근 노로바이러스 문제를 단순한 한 번의 우연한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FDA 기록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다시 문제가 된 한국산 굴
한국산 수산물의 노로바이러스 문제는 김에서 끝나지 않았다. 스웨덴 김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뒤인 2026년 6월 11일, 이번에는 한국산 냉동 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EU 식품·사료 신속경보시스템(RASFF) 경고 2026.5196이 발령됐다. 문제가 된 제품은 이미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여러 국가에 유통된 상태였다. 이후 덴마크와 독일에서는 소비자 회수 조치가, 스웨덴에서는 시장 철수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사례가 정부의 무작위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업체의 자체검사에서 노로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는 식품안전 문제가 국경에서의 수입검사만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 이후에도 수입업체와 유통업체의 자체검사와 추적관리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출이 끝났다고 관리가 끝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품이 해외 시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생산 배치와 유통 경로를 얼마나 정확하게 추적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 얼마나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느냐까지가 이제 수출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K-Food의 다음 경쟁력은 ‘신뢰’다
K-Food의 첫 번째 성장기가 ‘얼마나 많이 수출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시대였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얼마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해역의 관리, 원료 검사, 작업자의 위생, 세척과 건조 과정, 바이러스·중금속 검사, 배치별 추적관리, 해외 규제 모니터링,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국가의 어느 유통업체까지 제품이 갔는지를 즉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국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 김 한 봉지와 굴 한 상자가 더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K-Food가 정말 미국과 유럽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으려면 수출액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신뢰다. 세계 시장이 K-Food를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는 것은 세계가 K-Food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까다로운 규제는 수출기업에게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통과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 한국 식품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K-Food의 다음 성장은 단순히 더 많이 파는 데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 안전하게 만들고,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더 빠르게 증명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드는 것. 그것이 K-Food가 유행을 넘어 세계의 식품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다음 관문이다.
글. 김한송 / K-Food 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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