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는 어떻게 미국인의 일상식이 되고 있는가?

2011년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꽤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맛보려면 뉴욕의 코리아타운이나 뉴저지의 한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그것이 아니면 H마트와 같은 한국 식료품점으로 향했는데, 이마저도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 한식은 분명 존재했지만, 에스닉 푸드라는 범주 안에서 필요한 사람들만이 ‘찾아가서 먹는 음식’에 가까웠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26년, K-Food의 위상은 어떨까?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외국인이 단지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데 있지 않고, 한국의 음식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다양한 라면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라면을 고르고, 맛있는 과자를 선택하고, 김치도 직접 만들어 보는 등 한국의 식문화가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식생활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먹고 끝나는 ‘음식’을 넘어, 집에서도 소비할 수 있는 ‘Food Product’로 확장되고 있다.
숫자로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 1천만 달러로,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 61억 달러였던 것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숫자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상당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농식품의 대미 수출은 약 1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2% 성장했고, 미국은 단일 국가 기준 한국 농식품의 가장 큰 수출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를 두고 ‘거품이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미국으로의 한국 식품 수출은 10억 4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적어도 수출 통계에서 보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품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K-Food가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보인다. 미국만 놓고 봐도 2026년 상반기 라면 수출은 1억 7,53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고, 과자는 1억 5,010만 달러로 12.0%, 김치는 2,460만 달러로 12.9% 증가했다. 아쉬운 부분은 라면과 과자에 성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라면과 과자류는 한식당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마트에서 구입해 집으로 가져와 먹을 수 있고 기존 식생활에 추가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들이다. 한국 정부 역시 최근 K-Food 수출 성장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는 편리하고 트렌디한 식품의 확산을 들고 있다.
미국인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사람처럼 밥과 국, 반찬을 차려놓고 식사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 K-Food의 ‘일상화’는 조금 더 폭넓게 봐야 한다. 미국 소비자가 어느 날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한국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간식으로 선택하며, 불닭소스 같은 한국 소스를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홀푸드마켓에서 구입해 온 김치를 냉장고에 두고 종종 꺼내 먹는 것이 미국인들의 식습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무엇인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국 식품이 미국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수출이 증가하는 것과 미국의 일상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한 번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것과 매주 또는 매달 다시 구매하는 것도 전혀 다른 문제다. 앞으로 한국 식품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우리 제품이 맛있는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미국 소비자가 이 제품을 언제 먹을 것인지, 어느 매장에서 발견할 것인지, 패키지를 보고 어떻게 먹는 제품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는지, 가격은 반복 구매하기에 적절한지, 미국의 유통업체가 취급하기 좋은 포장과 물류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한국적인 정체성을 없앨 필요는 없지만, 그 정체성을 미국 소비자가 실제로 사고, 먹고, 다시 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음식과 잘 팔리는 식품은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K-Food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 성장의 과실이 모두 한국의 농업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라면이다. K-라면은 세계 시장에서 기록적인 수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라면의 핵심 원료인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밀 자급 기반은 여전히 매우 낮으며, 라면에 사용되는 밀 역시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밀의 비중이 높다. 결국 해외에서 원료를 사와 한국에서 가공하고 브랜드와 기술, 제조 경쟁력을 더해 다시 세계에 판매하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K-라면 수출의 경제적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국내에는 제조·가공, 고용, 포장, 물류, 마케팅과 브랜드 가치가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K-Food가 장기적으로 더 큰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출액 자체만 늘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라면 한 봉지가 더 팔렸을 때 그 성장이 한국의 농산물과 식재료, 지역 생산자에게 얼마나 연결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K-Food의 진짜 경쟁력은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을 넘어, 한국에서 생산한 좋은 식재료의 가치까지 함께 세계로 수출할 때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은 2025년 약 2,1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0조 원이 넘는 농산물을 해외에서 수입했다. 멕시코에서만 438억 달러, 캐나다에서 393억 달러어치를 들여왔다. 브라질과 이탈리아 역시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식품·농산물을 미국 시장에 공급한다. 반면 한국의 대미 농식품 수출은 2025년 약 18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K-Food의 성장 속도는 분명 빠르지만, 세계 최대 수준의 미국 식품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개척할 공간은 훨씬 크다.
그래서 앞으로 K-Food의 미래는 ‘제2의 불닭’을 찾는 것보다 훨씬 넓게 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2030년 K-Food 수출 목표를 210억 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어떤 제품들이 채우게 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라면과 김치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품목이 길을 열었다면, 앞으로는 소스, 쌀 가공식품, 냉동·간편식, 음료, 과자, 농수산물 등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소비자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 한국 어딘가에는 제품력이 있지만 미국 시장에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 몰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은 기업과 생산자들도 많다. 이들을 발견하고, 미국 시장에 맞게 준비시키고, 실제 바이어와 유통망에 연결하는 과정도 앞으로 K-Food 산업이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K-Food 1.0이 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시대였다면, K-Food 2.0은 한국 식품이 미국인의 냉장고와 팬트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K-Food의 진짜 성공은 더 이상 사람들이 “한국 음식 먹어봤어?”라고 묻지 않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냥 평소에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되어 있을 때, K-Food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한송 / KFOODBRIDGE
.pn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