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K-Food의 다음 관문은 ‘맛’이 아니라 성분표다

Aug 13
3 min read



미국의 Clean Label·초가공식품 논의가 한식에 던지는 질문


지난 8월 10일, 미국 FDA는 식품 성분 관리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했다. 식품기업이 특정 성분을 스스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사용하는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제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현재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FDA 통보 절차를 일정한 경우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기업이 자체적으로 GRAS라고 판단한 성분 가운데에는 FDA에 통보되지 않은 채 시장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FDA는 이번 제안을 통해 식품에 어떤 성분이 사용되고 있는지 정부와 소비자가 보다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변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식품첨가물 규제가 강화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식품시장에서 Clean Label, 즉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성분과 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Ingredient Lis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Ultra-Processed Food, 초가공식품​을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맛의 소스 두 개가 있다고 하자. 한 제품에는 고추, 쌀, 콩, 소금, 설탕, 마늘처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재료들이 적혀 있다. 반면 다른 제품에는 corn syrup, modified food starch, artificial flavor, artificial color, preservatives와 여러 안정제와 유화제가 길게 적혀 있다. 두 제품의 맛과 가격이 비슷하다면 미국 소비자는 어느 제품을 선택할까? 물론 성분 수가 적다고 무조건 건강한 식품은 아니다. 첨가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 식품이 위험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주목해야 한다.


특히 지금 미국에서는 'Clean Label'을 넘어 Ultra-Processed Food, 즉 초가공식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FDA와 USDA는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초가공식품 정의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시에 FDA는 식품첨가물 관리와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제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도 추진하고 있다. FDA는 포장식품 앞면에 포화지방, 나트륨, 첨가당 수준을 소비자가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전면 영양표시 제도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하나로 연결해 보면 미국 식품시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보인다. '이 음식이 맛있는가?"를 넘어 "이 음식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K-Food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K-푸드를 생각해보자. 라면, 냉동김밥, 떡볶이, 만두, 양념치킨 소스, 불고기 소스, 고추장, 스낵, 즉석밥 등 상당수가 가공식품이다. 한식이 미국에서 성장하면 할수록 한국 식품기업은 더 많은 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더 오랫동안 보관하고, 더 먼 거리를 운송해야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색소, 보존료, 향미증진제, 감미료, 유화제, 안정제, modified starch뿐 아니라 높은 나트륨과 첨가당 같은 요소가 미국에서는 점점 더 중요한 구매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한국산 불고기 소스가 있다고 해보자. 지금까지 기업은 '미국인이 이 맛을 좋아할까?', '가격 경쟁력이 있을까?', '유통기한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가 이 제품의 성분표를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한식의 뿌리로 돌아가 보면 Clean Label 시대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된장의 본질은 콩과 소금 그리고 발효다. 김치 역시 배추와 무, 고춧가루, 마늘, 생강, 소금 등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재료와 발효에서 출발한다. 고추장도 곡물과 고춧가루, 메주, 소금 등을 발효시키는 전통 식품이다. 한식은 원래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발효, 저장의 지혜를 활용해 발전한 음식문화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식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 대량생산과 장거리 유통이 가능하도록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성분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앞으로 K-Food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첨가물을 빼는 문제가 아니다.


성분표 자체를 제품 경쟁력의 일부로 설계해야 한다.



미국 수출용 제품을 개발할 때 맛, 가격, 패키지, 유통기한, 물류만 검토해서는 부족하다. 식재료가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지, 나트륨과 첨가당은 어느 정도인지, 꼭 필요한 첨가물인지, 소비자에게 그 성분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까지 제품 개발 단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전통음식을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미국까지 제품을 운송하고 대형 유통망에서 판매하려면 식품안전과 품질 유지, 유통기한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 식품기업들의 새로운 기술력이 될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K-Food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 다음에는 미국인이 쉽게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제 K-Food의 세 번째 단계가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K-Food의 미국 진출 1막이 '한국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2막은 '미국인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시작되는 3막은 '그 제품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냉동김밥과 라면, 떡볶이가 미국인의 장바구니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들고 포장을 뒤집어 성분표를 읽는 순간에도 K-Food가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K-Food의 다음 경쟁은 화려한 패키지 앞면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제품 뒷면의 작은 글씨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글/ 김한송

 
 
 

Comments


추천 게시물
최근 게시물
보관
태그 검색
공식 SNS 페이지
  • Facebook Basic Square
  • Twitter Basic Square
  • Google+ Basic Square

KFood Bridge 케이푸드 브릿지

대표 김한송 (Hansogn Kim) Email: hansong@kfoodbridge.com | Copyright©KFoodBridge.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