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한국식 치킨에 빠졌을까?
Updated: Aug 13

바삭함을 넘어, K-치킨이 만든 새로운 맛의 경험
단순히 ‘바삭해서’만은 아니다. 미국식 프라이드치킨과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같은 닭을 사용하지만 조리 방식과 맛을 만드는 철학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미국 남부식 프라이드치킨은 비교적 두꺼운 튀김옷과 강한 시즈닝, 묵직하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한두 조각만 먹어도 충분한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다. 반면 한국식 치킨은 바삭함과 육즙, 그리고 소스의 조화에 더 집중한다.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가 두 번 튀기는 방식, 이른바 ‘더블 프라잉(Double Frying)’이다. 한 번 튀긴 닭을 잠시 쉬게 한 뒤 다시 튀기면서 표면의 수분을 줄이고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비교적 얇고 가벼운 튀김옷이 만들어지고, 소스를 입힌 뒤에도 바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미국 소비자들이 K-치킨을 처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놀라는 부분도 바로 이 식감이다. “어떻게 소스가 이렇게 많이 묻어 있는데도 바삭하지?” K-치킨의 경쟁력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K-치킨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소스의 다양성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치킨 시장은 오랫동안 오리지널, 핫, 버팔로 같은 비교적 단순한 맛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반면 한국식 치킨은 하나의 치킨을 수십 가지 맛으로 변화시킨다. 간장마늘, 허니갈릭, 양념치킨, 고추장 글레이즈, 코리안 BBQ, 핫허니 등 한국적인 재료와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맛을 자유롭게 결합한다. 한 테이블에서 여러 가지 맛을 주문해 함께 나눠 먹는 것도 자연스럽다. 이것은 외식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첫 방문에 모든 메뉴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저 맛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재방문으로 연결된다. 결국 다양한 소스가 하나의 치킨 브랜드 안에서 새로운 소비 경험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음식 특유의 맛의 균형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음식은 한 가지 맛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맛과 짠맛, 산미와 매운맛, 마늘의 향, 참기름의 고소함, 발효 식품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함께 움직인다. K-치킨 역시 마찬가지다. 첫맛은 달콤하지만 곧 간장의 감칠맛이 따라오고, 마늘 향이 느껴지는 순간 고추의 매운맛이 올라온다. 마지막에는 바삭한 튀김의 식감이 남는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익숙한 ‘프라이드치킨’이라는 음식이지만 입안에서 펼쳐지는 맛은 전혀 새로운 것이다. 여기에 K-치킨의 중요한 성공 공식이 있다. 익숙한 음식에 낯선 맛을 더하는 것. 미국 소비자가 새로운 음식을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K-컬처와 소셜미디어가 K-치킨을 미국으로 데려왔다
물론 음식의 유행은 음식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15년간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K-팝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미국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K-뷰티 역시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장면은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보여줬다. 이른바 ‘치맥’이다. 과거에는 미국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접하려면 한인타운을 직접 찾아가야 했다. 이제는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을 통해 먼저 한국 음식을 보고 경험한다. 식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소셜미디어의 성장 역시 K-치킨의 확산을 가속했다. 오늘날 외식업에서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먼저 소비된다. 그런 점에서 K-치킨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매우 유리한 음식이다. 윤기가 흐르는 소스, 바삭한 튀김옷, 치킨을 반으로 갈랐을 때 보이는 육즙, 알록달록한 사이드 메뉴까지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하기 좋은 요소가 많다. 특히 치킨을 베어 물었을 때 나는 ‘바삭’하는 소리는 짧은 영상이나 ASMR 콘텐츠와도 잘 맞는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누군가 올린 30초짜리 영상 하나가 수많은 소비자에게 “근처에 한국 치킨집이 어디 있지?”라는 검색 행동을 만들어낸다. 과거 외식 브랜드가 신문과 TV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의 광고 채널이 되는 시대다. K-치킨은 이러한 변화와 매우 잘 맞아떨어졌다.
K-치킨의 또 다른 강점은 치킨 한 가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식 치킨 전문점에서는 치킨과 함께 치킨무, 김치, 떡볶이, 만두, 감자튀김, 라이스볼, 한국식 핫도그 등 다양한 메뉴를 경험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가 K-치킨을 먹으러 들어왔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한국 음식까지 접하게 되는 구조다. 이 점은 K-Food 전체 시장에서도 중요하다. 미국 소비자에게 김치찌개나 순대 같은 음식은 처음부터 도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프라이드치킨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 음식이다. 그래서 필자는 K-치킨을 K-Food의 훌륭한 ‘입문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치킨을 통해 한국 음식에 들어온 소비자가 떡볶이를 먹고, 김치를 경험하고, 이후 불고기와 비빔밥까지 찾아가게 된다. K-치킨은 하나의 메뉴를 넘어 한국 음식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시장으로, K-치킨의 다음 단계
그러나 K-치킨이라는 이름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 소비자들의 기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Korean’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달고 매운 소스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신선한 닭을 사용하는지, 튀김유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소스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매장에서 음식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소비자들은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국 K-Food가 미국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맛과 품질 자체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 관심은 고객을 한 번 데려올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음식이다.
동시에 K-치킨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소스가 등장하고, 치킨 샌드위치와 라이스볼, 로디드 프라이처럼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메뉴가 확장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무조건 미국화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적인 맛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국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이 앞으로 K-Food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을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지화는 한국적인 것을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현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결국 첫 번째 방문은 호기심일 수 있다. K-팝 때문에 찾아왔을 수도 있고, 한국 드라마에서 치맥을 보고 궁금했을 수도 있으며, 틱톡에서 본 영상을 따라 매장을 방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문은 다르다. 맛있어야 다시 온다. K-치킨은 바삭하지만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익숙한 프라이드치킨이면서도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한다. 여러 가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다른 경험도 가능하다. 결국 K-치킨은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한다. 바로 익숙함과 새로움이다.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이제 더 이상 한인타운 안에서만 소비되는 ‘에스닉 푸드’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 외식 시장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단순히 몇몇 한국 치킨 브랜드가 미국에서 성공한다는 것보다 훨씬 크다. K-치킨을 통해 처음 한국 음식을 경험한 소비자는 다른 K-Food를 찾아간다. 그렇게 한국 음식에 대한 시장 자체가 넓어진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면, 이제 K-치킨은 사람들이 한국을 직접 맛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K-치킨의 성공은 결국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문화가 문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시장에 남게 만드는 것은 결국 제품의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K-치킨의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글/ 김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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