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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지금 K-Food에 빠졌을까

Jul 18
4 min read

Updated: Aug 13



김치에서 불고기, 비빔밥, K-치킨까지 — 미국의 식탁을 바꾸고 있는 한국 음식의 힘

2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 음식은 꽤 낯선 음식이었다. 뉴욕이나 LA의 한인타운을 벗어나면 제대로 된 한국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김치나 고추장 같은 식재료 역시 일반 미국 슈퍼마켓에서는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도시뿐 아니라 대학가와 교외 지역에서도 한국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김치와 고추장, 라면, 만두, 김, 냉동 김밥 같은 한국 식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빔밥과 불고기,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역시 더 이상 미국 소비자에게 생소한 이름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의 입맛 변화와 글로벌화, 소셜미디어의 성장, 그리고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확산이 오랜 시간 맞물리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문화적인 인기만으로 지금의 K-Food 열풍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음식을 다시 찾는 이유는 음식 그 자체에 있다. 강렬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 채소와 발효식품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식문화, 함께 나누어 먹는 독특한 경험까지 한국 음식에는 오늘날 미국 소비자가 원하는 여러 요소가 동시에 들어 있다.


K-컬처가 문을 열고, 한국 음식의 ‘맛’이 소비자를 붙잡았다

K-Food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류(Hallyu)’다. 지난 10여 년 동안 K-팝은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왔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치킨과 맥주를 먹는 모습을 보고, 유튜브에서 한국식 바비큐를 접하고, 틱톡에서 떡볶이나 김밥을 처음 발견한다. 과거에는 한국 음식에 관심이 있어야 한인타운을 찾아갔다면, 이제는 한국 문화를 먼저 접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음식까지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의 일부를 직접 경험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하지만 K-팝과 K-드라마가 식당의 문 앞까지 소비자를 데려올 수는 있어도 두 번째 방문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결국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맛이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에 익숙하고 새로운 맛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한국 음식은 이런 변화에 잘 맞는다. 단맛, 짠맛, 매운맛, 산미와 감칠맛이 한 음식 안에서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마늘과 참기름, 간장, 고추장, 된장과 같은 재료들이 겹겹이 맛을 만들어낸다. 미국 소비자에게 완전히 낯설기만 한 맛도 아니다. 바비큐, 프라이드치킨, 밥, 면처럼 이미 익숙한 음식의 형태에 한국적인 소스와 조리법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형태 안에서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 이것이 K-Food가 미국 시장에서 가진 상당히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건강과 식재료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관심도 한국 음식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통적인 한식 상차림에는 다양한 채소와 단백질, 밥, 국 그리고 여러 종류의 반찬이 함께 등장한다. 특히 김치는 이제 단순히 ‘매운 한국식 배추’가 아니라 미국에서도 잘 알려진 발효식품 가운데 하나가 됐다. 물론 모든 한국 음식이 건강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한국 음식에도 튀긴 음식과 높은 나트륨, 당분이 포함된 메뉴가 많다. 그럼에도 채소와 발효식품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여러 음식을 함께 먹는 한식의 구조는 건강과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소비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이제 미국인은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다’


한국 음식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음식 자체를 넘어선 경험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식 바비큐다. 미국의 일반적인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는 주방에서 완성된 고기가 개인 접시에 담겨 나오지만, 한국식 바비큐에서는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직접 고기를 굽고 반찬을 나누며 식사한다. 식사의 중심에 음식뿐 아니라 사람과 대화가 존재한다. 생일이나 가족 모임, 친구들과의 저녁처럼 특별한 자리에 한국식 바비큐를 찾는 미국 소비자가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사 자체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이다.

K-치킨도 비슷하다.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얇고 바삭한 튀김옷과 다양한 소스를 통해 미국의 전통적인 프라이드치킨과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간장마늘, 허니갈릭, 양념치킨, 고추장 베이스의 매운 소스 등 하나의 치킨에서도 다양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감자튀김과 라이스볼, 떡볶이, 만두 같은 메뉴를 함께 주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한국 음식까지 경험하게 된다. 한국식 바비큐가 미국 소비자에게 한식의 ‘경험’을 소개했다면, K-치킨은 한식을 좀 더 쉽고 대중적인 방식으로 일상에 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소셜미디어는 이런 경험을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오늘날 음식은 입으로 먹기 전에 스마트폰 화면에서 먼저 소비된다. 알록달록한 비빔밥, 불판에서 지글거리는 삼겹살, 빨간 국물이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윤기가 흐르는 소스가 묻은 바삭한 K-치킨은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기에 매우 좋은 음식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에서 한 사람이 올린 짧은 영상이 수십만 명에게 노출되고, 이를 본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에 있는 한국 식당을 검색한다. 과거에는 한국 식당이 미국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광고비를 지불해야 했다면, 지금은 소비자 스스로 한국 음식을 촬영하고 공유하면서 K-Food의 마케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음식이 다양한 외식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비빔밥은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 캐주얼 라이스볼이 될 수 있고, 김밥은 그랩앤고(Grab-and-Go) 상품이 될 수 있다. K-치킨은 배달과 테이크아웃에 적합하며, 한국식 바비큐는 풀서비스 레스토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한식의 전통과 지역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고급 파인다이닝까지 확장할 수 있다. 하나의 음식 문화가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냉동식품부터 패스트 캐주얼, 프랜차이즈, 파인다이닝까지 모두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 상당히 큰 경쟁력이다.


‘유행하는 한국 음식’에서 ‘미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K-Food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 음식이 더 이상 ‘한번 먹어보는 음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인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주문하고, 대학생이 밤에 K-치킨을 배달시키며, 가족들이 특별한 날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을 찾는다. 미국 소비자가 슈퍼마켓에 가서 김치와 김, 만두를 장바구니에 넣는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과는 다른 변화다. 특정 음식이 미국 시장에 진입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사람들이 그 음식을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소비하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K-Food의 기회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국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지역 음식과 식재료가 많고, 한국 식품기업과 외식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상품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K-팝과 K-드라마의 인기가 계속된다고 해서 모든 한국 음식과 한국 식품이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Korean’이라는 이름 자체가 제품의 경쟁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맛과 품질, 가격, 패키징, 유통, 그리고 미국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현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현지화를 단순히 한국적인 맛을 약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미국 외식시장에서 경험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한국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국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불고기를 라이스볼로, 한국식 양념치킨을 치킨 샌드위치로, 김밥을 그랩앤고 상품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음식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소비 방식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한국 식품기업과 외식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고민해야 할 진짜 현지화라고 생각한다.

K-Food는 이제 미국에서 단순한 ‘에스닉 푸드’의 영역을 넘어가고 있다. 김치와 불고기, 비빔밥, K-치킨이 각자의 방식으로 미국인의 일상 속에 들어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음식 전체의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미국 소비자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궁금하게 만들었다면, K-Food는 그 문화를 직접 맛보고 경험하게 한다.


결국 문화는 시장의 문을 열어줄 수 있지만, 그 시장에 오래 남게 만드는 것은 제품의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K-Food의 성장이 한류와 함께 만들어낸 기회였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한국 음식 자체가 얼마나 미국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K-Food 열풍은 정점이라기보다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주류 음식으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글/ 김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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